Eyes of Shiva - Eyes of Soul
Metal in Brazil
락 음악에 관련된 모든 것에 욕심이 많은 필자이지만, 개인적으로 DVD등의 영상자료에는 그리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하고 있다. 음반이나 관련 책자 등과는 달리 처음 한차례의 시청 후에는 그 감동이 반감되는 이유이다. 이용자의 상상력이 작용할 여지가 남아있는 문자나 음악과는 달리 한번의 시청 후에는 손이 잘 가지 않는 매체라 그 비용의 효율적인 사용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것은 필자 개인의 성향 문제이고 그 반대의 생각을 가지실 분들도 많으시겠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런 필자에게도 얼마 전 도저히 구입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게 하는 라이브 영상이 있었다. 바로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의 리오(Rio) 페스티발 공연을 담은 [Rock in Rio] DVD였다. 최고의 헤비메탈 보컬리스트 부르스 디킨슨(Bruce Dickinson)의 재가입과 함께 그들의 건제를 과시했던 [BRAVE NEW WORLD] 앨범의 발표 후에 행해진 이 공연은 특히 예전 멤버였던 기타리스트 애드리안 스미스까지 재가입 하여 환상의 트리플 리드 기타 시스템의 6인조 그룹으로 재편성 되 팬들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었다. 최신 곡과 전성기 시절의 대표 곡들을 어우른 선곡과 18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촬영한 영상은 밴드의 이미지와 명성에 걸 맞는 역동적인 화면을 선사해 주었고 거기다 아이언 메이든이라는 대 밴드의 최초의 제대로 된 공연 실황 영상이라는 것도 그 가치를 더욱 무겁게 한다. 그러나 이 DVD의 진정한 가치는 그 공연을 찾아준 25만 명의 관중이 아닐까 한다. 아무리 아이언 메이든이라도 그러한 열정적인 관객들이 없었다면 이 공연 실황은 결국 그럭저럭 괜찮은 컨텐츠를 담은 작품으로 남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공연의 성공에 관객들이 얼마나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는 지를 너무나도 잘 보여준 작품으로 그곳에 함께 한 수많은 브라질 메탈 팬들이 아니었다면 이런 감동적인 장면은 연출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아이언 메이든의 저력뿐 아니라 새삼 브라질이라는 나라의 헤비메탈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글쎄 헤비메탈이라는 이제는 철저히 그 전성기가 지난 음악의 공연에 25만 명이 모일 수 있는 나라가 지구상에 몇 개나 될까?
브라질은 막스 카발레라(Ma )가 이끌던 세풀투라(Sepultura)와 소울 플라이(Soulfly) 그리고 미남 보컬리스트인 앙드레 마토스가 재적했던 바이퍼(Viper)와 앙그라(Angra)로 이미 메탈 팬들에게는 친숙한 나라이다. 단지 축구만 잘하는 나라가 아니라 음악적으로도 비 영어권 국가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가진 아티스트들을 많이 배출한 국가인 것이다. 그리고 그 리스트 위에 이제 또 다른 신인 밴드의 이름을 올려야겠다. 바로 [Eyes of Soul]이라는 타이틀의 본 데뷔 앨범을 발표한 아이스 오브 시바(Eyes of Shiva)이다.
Ethnic in Rock
지난 세기말의 음악계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경향은 바로 하이브리드(Hybrid) 혹은 크로스오버(Crossover)가 아닐까 한다. 락 음악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걸쳐 일어났던 이러한 현상은 세기말의 극한의 혼란과 두려움을 표현하는 좋은 수단이 되었던 것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실험성과 개념의 와해 그리고 잡종성의 극단을 보여준 이러한 시도로 인해 세기말의 음악신은 아이러니 하게도 그 혼란을 새로운 활력의 계기로 삼는 결과를 낳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하이브리드와 크로스오버가 좀 더 다른 의지를 갖고 행하여 진 케이스가 있었으니 바로 민족적인 정서와 음악에 대한 접근을 시도한 것이었다.
일군의 하이브리드가 세기말의 혼란과 공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민족음악과의 접목을 시도한 이러한 실험은 새로운 세기에 대한 희망과 커다란 포부를 담은 것이라 하겠다.
그간 세계화나 선진국화라는 이름 하에 행하여 졌던 철저한 자기 문화 파괴와 문화 식민지화에 대한 반발이자 새로운 세기에는 자신들 스스로가 세계 문화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은 시도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브라질 출신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밴드들의 공통점이라면 바로 자신들의 음악에 이러한 - 비록 부분적인 면에서 였더라도 - 민족 음악의 접목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세풀투라의 [Chaos A.D]와 [Roots]등과 같은 작품에서 느껴졌던 토속적인 리듬의 도용이나 앙그라 앨범들에서 보여졌던 클레식의 유려함과 파워메탈의 다이나믹 그리고 토속음악의 독특함의 조화는 다른 어떤 밴드들의 음악에서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것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유산을 이어 받은 밴드가 바로 본 작의 주인공인 아이스 오브 시바이다.
브라질 상파울로 출신의 5인조 밴드인 아이스 오브 시바는 레나토 멘데스(Renato Mendes)와 리카르도 질(Richardo Gil), 이 두 기타리스트를 주축으로 결성된 팀이다.
밴드 결성 시부터 빼어난 연주력과 송라이팅 능력으로 일찌감치 팬들의 주목을 받아 신인으로서는 무척이나 수월하게 데뷔앨범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게다가 프로듀서로서는 앙그라의 앨범에 게스트 키보디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파비오 라구나(Fabio Laguna)가, 앨범의 최종 믹싱에는 아다지오(Adagio), 반덴 플라스(Vanden Plas) 그리고 앙그라의 [Rebirth]앨범의 프로듀싱 작업을 맡았던 데니스 워드(Dennis Ward)가 참여하여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다.
다채로운 민족적인 요소의 삽입과는 별개로 보더라도 아이스 오브 시바의 데뷔 앨범은 멜로딕 스피드 메탈에 근간을 두고 있는 관계로 앙그라의 그것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게다가 앙그라의 음악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멤버들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제작되어진 앨범이니 앙그라의 그늘이 짙게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물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는 것은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Eyes of Soul
앨범의 인트로 역할을 하는 "Essence"는 게스트로 참여한 브루노 마이아(Bruno Maia)의 플룻 선율이 감각적으로 다가오는 트랙이다. 이어지는 전형적인 멜로딕 스피드 메탈 넘버 "Eagle of the Sun"은 시종일관 계속되는 투 베이스 연타와 시원스런 스피드 그리고 캐치한 후렴구의 멜로디가 돋보이는 곡으로 앨범의 포문을 여는 트랙으로는 최고의 점수를 줄 만한 작품이다. 특히 현재 앙그라의 보컬리스트인 에두아르도 팔라시(Eduardo Falaschi)의 음색을 연상시키는 앙드레 펠라리(Andre Ferrari)의 가창력이 빛나는 곡 말미의 보컬 에드립은 이 곡에 대한 애착을 더욱 깊어지게 한다.
앙그라의 [Holy Land]앨범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 하는 인트로를 지닌 "Lampiao"는 장엄한 현악기의 연주와 메탈 음악의 적절한 조화가 어울리는 트랙으로 곡 중간 중간에 등장하는 아기자기한 타악기 연주가 맛깔스러움을 더해 준다. 이어지는 곡인 "Psychos of the New Millennium"은 앨범 내에서 가장 스트레이트한 사운드 선보이는 트랙으로 웅장한 브릿지 부분에 이어 등장하는 시원스런 기타 솔로가 돋보인다. 시종일관 밀어붙이기 식이 아니라 곡의 전개에 따른 템포 체인지를 적절히 사용할 줄 아는 이들의 송라이팅 실력이 여실히 드러나는 곡이다. 매우 희망적인 느낌의 발라드 트랙 "Pride"에 이어지는 앨범의 타이틀 곡
"Eyes of Soul"은 역시나 예의 그 토속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플롯 연주로 시작되는 곡으로 엇박과 정박이 혼용되는 리듬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다.
메탈 밴드의 앨범 타이틀곡으로는 그 다이나믹함이 조금 떨어지는 듯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의 음악적 색깔을 나타내기에는 손색이 없다고 보여진다.
고즈넉한 분위기로 시작되는 "World Tomorrow"는 굴곡이 심한 곡의 전개 속에서도 안정적인 연주를 보여주는 실력이 돋보인다. 간간이 멜로딕 하드락적인 어프로치가 등장하여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도 이채롭지만 곡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가는 집중력은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효과적인 템포 체인지가 곡의 드라마틱함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곡인 "Future"는 다소 무거운 곡의 분위기에서도 애상적인 느낌의 보컬라인이 잘 살아나는 곡이다. 이어지는 곡의 앤 윌슨(Ann Wilson)과 낸시 윌슨(Nancy Wilson) 자매의 매력이 돋보였던 하트(Heart)의 곡으로 유명한 발라드 "Alone"이다. 여성 특유의 우아함과 락 음악의 공격적인 사운드의 이상적인 조합을 보여주었던 하트의 음악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넘버로
대체로 원곡에 충실한 연주를 선사하고 있다.
질주감 강한 멜로딕 스피드 메탈 넘버 "Just a Miracle"은 빠르고 거친 연주 속에서도 섬세하게 곡 사이사이를 유연하게 파고드는 키보드의 활약이 빛을 발하는 곡이다.
프로듀서 겸 전곡의 키보드 연주를 맡은 파비오 라구나의 감각적인 플레이가 앨범 내에서 가장 돋보이는 순간이 아닌가 한다.
마지막으로 보너스 트랙으로 수록된 "Way to Salvation"은 각종 타악기와 어쿠스틱 기타가 토속적인 리듬을 타고 흥겹게 시작되는 곡으로 다시 한번 앙드레 마토스 시절의 앙그라의 앨범들을 떠올리게 한다. 무척이나 드라마틱하면서도 희망적인 전개를 펼치는 곡의 진행이 참으로 맘에 드는 곡이다. 반복해 들으면 들을수록 기분이 좋아지는 곡....
전반적으로 신인밴드의 데뷔앨범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탄탄한 연주력과 개개인의 실력, 그리고 완숙미 넘치는 송라이팅 능력이 돋보이는 수작앨범이라고 평하고 싶다.
Eyes of Shiva in Future
앞서 언급했듯이 아이스 오브 시바의 데뷔 앨범은 앙그라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지는 내용물을 담고 있다. 이 말은 이들의 음악이 브라질 내음 가득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선보이는 밴드라는 뜻과 앙그라의 음악적 영향권 안에 있는 - 심하게 말하면 - 독창성을 확보하지 못한 팀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이들의 음악에 대해 어떠한 비판이나 칭찬을 하기에는 좀 성급하지 않은가 싶다.
우선 이들의 빼어난 송라이팅과 곡의 진행에 따른 적절한 완급 조절 능력, 그리고 개개인의 빼어난 연주력은 다른 신인 밴드들과 그 격을 달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들이 시도하고 있는 음악 스타일과 곡이 가진 멜로디 역시 상당히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바로 그 오리지널러티(Originality)라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좋은 점수를 받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최고 음악은 그 음악이 아니면 줄 수 없는 독특한 감동과 느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들의 음악적 성패는 바로 그 앙그라의 망령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떨쳐내는가 하는데 있을 것이다.
즉 앙그라의 음악적 영향에 대한 발전적인 파괴가 이들이 풀어야할 가장 큰 숙제일 것이다.
10개의 팔과 4개의 얼굴로 철저한 파괴와 끔직한 폭력을 행사하지만 그것을 통해 새로운 창조와 생명이 탄생하게 하는 시바신의 모습처럼 말이다.
앞으로의 이들의 행보에 주목을 하며 그 음악적 발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꽤 즐거운 일이 될 듯한 생각이 든다.
Eyes of Shiva의 [Eyes of Soul]은 그러한 기다림과 관찰이 충분히 가치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들게 하는 작품이다.
2004년 7월 글 | 석영준(Melodicpi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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