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 리스트
01. Crossing.Angra
02. Nothing_To_Say.Angra
03. Silence_And_Distance.Angra
04. Carolina_Ⅳ.Angra
05. Holy_Land.Angra
06. The_Shaman.Angra
07. Make_Believe.Angra
08. Z.I.T.O
09. Deep_Blue_Sea.Angra
10. Lullaby_For_Lucifer.Angra
11. Queen Of The Night (Bonus Track)
‘불의 여신’앙그라의 정규 2집이다.
1집 발표 이후 드러머가 리카르도 콘페소리로 바뀌었는데, 상당한 기량을 보유한 그의 가입으로 밴드는 안정적인 리듬 파트를 얻게 되었다.
이들은 본작 [Holy Land]에서 비로소 유럽풍의 멜로딕 스피드 메탈과 프로그레시브 메탈 및 토속음악적 색채를 성공적으로 융합시키는 쾌거를 일구어낸다. 앙그라의 특징인 드라마틱함, 방대한 구성, 토속 음악의 대폭적인 삽입, 클래시컬한 멜로디는 모두 이 앨범에서 확연하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펼치면 완전한 하나의 중세 지도가 되는 앨범 커버 또한 매우 아름다워, 음악적 내용에 걸맞는 시각적 효과까지 고려한 섬세함이 돋보인다.
서곡 Crossing은 맑은 새소리와 함께 낡은 엘피 판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고풍스런 합창으로 시작된다. 앨범의 모든 코러스는 앙드레가 쓰고 편곡했으나, Crossing의 합창 부분만은 16세기의 작곡가 G. P da Palestrina(1525-1594)의 작품이 쓰였다. 서곡의 끝을 이어 강력하고 규칙적인 드럼 비트와 기타음이 시작된다.
Nothing to say는 남미 대륙을 발견한 포르투갈인들이 원주민을 죽이고 토착 문명을 파괴하여 식민지를 건설하는 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전주가 서서히 고조되는 가운데 한 순간 걸리는 퍼커션의 타격음이 매우 시원스러우며, 날카롭게 파고 드는 앙드레의 보컬과 오밀조밀한 오케스트레이션, 긴박감 넘치는 리듬이 잘 조화되어있다.
Silence and Distance는 잔잔한 피아노 연주로 시작한다. 바다를 건너 새로운 땅을 찾아 돌아다닌 포르투갈 사람들에게 바다는 이별의 슬픔을 주는 대상이자 그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바다에 대한 이러한 끓어오르는 비탄과 동경의 심정은 포르투갈 전통 음악인 파두에 그대로 반영되어있다.） 곡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는 앙드레의 애수띤 보컬과 가사는 이러한 심정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으며, 중반부의 밝은 멜로디와 역동적인 리듬, 브라스 사운드 또한 멋지다.
다양한 전통 타악기군의 탄력있는 비트가 넘실거리는 Carolina Ⅳ는 앨범 최고의 트랙으로 밴드의 탁월한 구성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전주부의 새 깃털같이 가볍게 튀어오르는 코러스와 관악기음, 명랑한 멜로디는 맑게 갠 아침하늘과 같은 상쾌함을 준다. 2분 20초 지점부터 템포와 리듬은 전형적인 멜로딕 스피드 메탈의 패턴으로 전환되어 시원스럽게 질주한다. 토속 퍼커션 연주 및 피아노와 첼로 연주, 오케스트레이션이 차례대로 이어진 후 두 기타리스트의 불을 뿜는 속주가 펼쳐진다. 전주부의 멜로디와 퍼커션 연주가 다시 전개되며 점점 소리 줄임하여 곡은 끝을 맺는다.
타이틀곡 Holy Land는 앨범에서 가장 토속적인 느낌을 주는 곡으로, 전통 악기의 기묘한 떨림음으로 시작된다. 피아노와 플룻의 정적인 연주와 퍼커션을 동반한 동적인 록 사운드가 번갈아 나오며 선명한 대조를 만든다.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피아노의 선율과 꺾는 음을 강하게 집어넣는 앙드레의 보컬이 상당히 이색적이다. 앙드레의 보컬은 탁월하다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특유의 가늘고 비음섞인 하이톤이나 이런 독특한 기교의 사용 등은 그를 개성적인 싱어로 간주하기에 충분하다. 사실 이 시기 앙그라의 사운드의 중심은 앙드레였으며, 따라서 보컬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부족함은 그 존재감을 절대 무너뜨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의 음색과 창법은 1기 앙그라 사운드의 특징적인 요소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The Shaman은 인디언 주술사에 관한 곡으로 밀고 당기는 박자감과 긴장감 넘치는 멜로디가 멋지다. 중반부 주술사의 목소리는 브라질의 역사학자 Marcus Pereira의 작업 중 [Musica Popular do Norte N' 4]에서 발췌한 것인데, 그는 다양한 브라질 전통의 소리들을 채록하여 발표해왔다.
Make believe는 가장 대중적인 감성의 하드록 넘버이다. 하몬드 올갠 소리과 피아노 음색이 잔잔하게 어우러지며, 서정적이고 부담없는 선율이 좋다.
Z.I.T.O는 앨범에서 가장 빠르고 강력한 연주를 들려주는 곡으로, 오케스트레이션과 기타의 솔로잉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Deep blue sea는 앨범에서 클래시컬한 요소가 가장 많이 삽입된 곡이며, 오르간 연주와 남녀 코러스의 경건함이 곡에 중후함을 더해주고 있다.
Lullaby for Lucifer는 어쿠스틱 기타 연주와 나직한 보컬의 어울림이 아름답다. 밴드의 연주는 갈매기 소리, 파도 소리와 하나가 되어 쓸쓸하고 애잔한 느낌을 빚어낸다. 파두에서 말하는 바다와 관련된 슬픔, 그리움의 심정을 앙드레는 이 짧은 소품에서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Holy Land]는 브라질 메탈 앨범으로서 높은 완성도와 세계적 인지도를 모두 성취한 몇 안 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최악의 경제 상황과 마찬가지로 이 지역의 음악 시장 또한 상황이 좋지 않을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장르의 특성과 지역적 색채라는 조건이 더해져 브라질의 록 시장은 취약할 수밖에 없다.
브라질은 유수의 음악가들을 배출하였지만 전통적으로 안토니오 카를로스 죠빔같은 보사노바의 대가나, 대중적인 감성의 라틴 팝 가수들이 우세를 차지해왔다.
세풀투라와 앙그라가 발돋움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나아진 것이 없어 보이는데, 실제로 2001년 말 리버스 앨범 발표 전후로 이루어진 핫뮤직과의 인터뷰에서 키코 루레이로(기타)는 "자국 시장에서 메탈 앨범은 만장에서 만 오천장 정도만 나가도 대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당시에 이러한 앨범이 나왔다는 것은 실로 기적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앙드레 개인의 취향이 짙게 배어있으며, 다른 멤버들의 연주가 조금 경직되어있다는 인상을 주긴 하지만 [Holy Land]의 탁월함은 그런 점만으로는 절대 평가절하될 수 없다. 대단히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기상이 다분히 느껴지는 본작은 실로 브라질뿐 아니라 남미 헤비메탈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하겠다. 지금도 브라질 출신의 후속 밴드들은 보컬과 작풍에서 앙드레 마토스의 환영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 보인다. 확실히 앙그라의 독자성은 넘기 힘든 벽이지만, 이른바 ‘앙그라 스타일’ 혹은 ‘앙드레 마토스 스타일’을 뛰어넘는 밴드가 출현하여 풍성한 메탈의 향연을 펼쳐나갈 날을 기대해본다.
추천곡: Crossing, Silence and Distance, Carolina Ⅳ, Holy Land, The Shaman, Z.I.T.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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