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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경 대령의 생전 모습(왼쪽)과 추모비. /제주4.3사건진실규명연대 제공

故박진경대령유족회를 비롯해 제주4.3진실규명도민연대 등 제주지역 시민단체들이 9일 제주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4.3은 5.10총선거를 방해하기 위해 남로당이 일으킨 폭동"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당시 제11연대장이던 고(故) 박진경 대령은, 4.3사건 초기에 남로당에 부역했던 도민들이 공산당에 속았음을 뒤늦게 깨닫고 정부에 협조할 수 있도록 견인할 만큼 민심을 얻어낸 군인이다. 주민을 학살했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단언했다.

이 단체들이 이날 ‘故박진경 대령 음해 규탄’ 기자회견을 연 것은 제주도의회가 최근 지역 좌파사회단체들의 일방적 주장을 담은 청원을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제주4.3연구소, 제주4.3도민연대, 제주민예총 등 좌파성향 30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3월9일 ‘제주 4.3 학살자 故박진경 대령 추모비를 바로잡아 달라’며 제주도의회에 청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청원 이유에서 "강경 진압 책임자 중 한 명인 박진경 대령을 추도하는 비석이 제주 땅에 설치돼 있는 것은 역사의 후퇴"라며 "행정당국 차원에서 올바른 4.3 안내판을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박 대령을 ‘학살자’로 규정하고서는 박 대령 추모비에 그같은 내용을 담은 안내판을 설치하란 것이다.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는 지난달 20일 "다음 세대가 4.3에 대한 제대로 된 역사를 알 수 있도록 객관적 사실을 담은 안내판 설치 등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개최한 단체들은 제주도의회를 향해 "박 대령을 학살자로 매도하는 건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이라며 "도의회가 박 대령을 음해할 목적으로 안내판을 설치하려 한다면 법적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좌파사회단체들이 ‘역사의 후퇴’라고 규정한 박 대령 추모비 설치에 대해 1952년 10월24일자 제주신보는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기사는 박 대령을 "4.3사건 발발 당시 11연대장으로서 공비토벌과 민심선무에 많은 공훈을 남긴 인물"로 기술하면서 "박 대령이 전사한 장소에 그의 추도비가 건립될 것"이라고 썼다. 당초 제주도민들의 존경과 추모의 대상이었던 박 대령에 대한 기억을 최근 들어 좌파세력이 왜곡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故) 박진경 대령은 29세 나이로 당시 남로당 프락치였던 중위 문상길 일당에게 암살당했다. 이 암살에 이어 여수 14연대 좌익 군인들의 반란이 일어나면서 육군본부는 남로당 프락치에 대해 대대적인 숙군을 하게 된다. 이 때문에 6·25전쟁 시기 군 내부가 와해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단체들은 "제주도에서는 총성 없는 이념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4·3 역사가 무참히도 왜곡되고 있다"며 도민들을 향해 다음과 같은 호소문을 발표했다.

"공산화의 위기에서 생명을 바쳐 제주도를 구한 박진경 대령 등 군경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4·3 역사를 왜곡하는 자들은 박진경 대령 등 애국선열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중단하십시오. 4·3 초창기에 남로당에 부역했던 많은 도민들이 정부의 선무활동과 계몽활동에 힘입어 공산당에 속았음을 뒤늦게 깨닫고 정부에 협조하였던 역사를 잊지 맙시다."


1948년 6월 18일 당시 11연대 본부가 설치됐던 제주농업중학교에서 박진경 대령 고별식이 열리고 있다. 왼쪽 두 번째는 미군정장관 딘 장군. /제주4.3사건진실규명연대 제공

고(故)박진경대령유족회가 내건 플래카드. /제주4.3사건진실규명연대 제공

출처 : 자유일보(https://www.jayupress.com)